2026.03 ~ 2026.08
클레브온
3월부터 본격적으로 클레브온이라는 제 친구의 회사에서 프리랜서로 여러 아웃소싱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이번 상반기에는 유독 헬스케어와 관련된 의뢰가 많았습니다. 피부과에서 사람 얼굴을 스캔해 상담 용도로 사용할 3D 모델을 만드는 앱이 하나 있었고, 그 다음으로 아직 공개되지 않은 모 병원 프랜차이즈의 헬스케어 앱이 있었습니다. 아직 진행 중에 있는 VR 관련 프로젝트도 헬스케어에 속하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8월부터는 프리랜서가 아닌 직장인으로 진화했습니다. 기존에도 오랜 기간 일을 함께해온 친구라 아웃소싱 프로젝트 말고도 클레브온 회사의 성장이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었는데요, 고용으로 전환함으로써 전사적인 전략 수립이나 프로세스 개선 등 내실을 다지는 작업에도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복학
펜을 쥐고 오랜 시간 고개 숙이고 있는 건 수험생 이후로 오랜만이라 참 힘들었습니다. 하다하다 중간고사 기간에는 목이 뻐근하다 싶더만 자다가 제대로 담에 걸려 시험기간 내내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녔습니다. 그래도 시험이나 과제에 쫓기면서 무언가를 공부한다는 게 막 나쁘진 않았습니다. 동기부여가 확실히 된다는 것도 있지만 반대로 그 기간 동안 최선을 다했을 때 나쁜 결과가 나와도 어찌 되었건 끝이 났으니 한숨 한번 쉬고 지나가게 되더라구요. 나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는 과목도 있었습니다.
오렌지 큐레이션 클럽

제 개인 프로젝트로 오렌지 큐레이션 클럽이라는 맛집 앱을 만들었습니다. “지인추천 맛집은 왜 실패하지 않을까?” 하는 아이디어로 출발하여 초대 기반의 커뮤니티로서 기능하는 앱입니다. 전역하고 라섹의 여파로 눈도 제대로 못 뜨던 2월부터 일종의 코딩 재활치료를 하고자 시작했습니다.
반쯤은 토이프로젝트로, 반쯤은 이런저런 야심을 가진 제품으로 생각하고 작업했습니다. 이 글을 쓰며 확인해보니 26.08.31 기준으로 46명의 유저, 125개의 가게, 141개의 리뷰가 등록되어 있습니다. 70%정도가 제 지인, 30%정도가 지인이 초대한 또 다른 지인으로 구성된 작은 커뮤니티로 동작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테스트라는 것이 엄청나게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고, 좋은 UI/UX는 만들기 꽤나 비싸며, 레퍼럴이라는 게 단지 레퍼럴 기능이 있다고 마법처럼 동작하진 않는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꼈습니다. 저는 제품(앱) 퀄리티를 어느 정도 확보하고 나면 지인이 지인을 초대하면서 레퍼럴로 꽤나 유저 유입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보기 좋게 틀렸습니다. 시끌벅적한 유저와 조용한 유저의 비율은 예상하던 정도이나 생각보다 이 앱을 쓰는 사람들이 본인들의 지인을 초대하지 않았습니다.
선전 출장

한국 클라이언트의 요청으로 관계사를 방문하러 중국 선전을 다녀왔습니다. 짧은 일정이라 많이 돌아보지는 못했지만 찰나의 거리나 가게들을 보고 많이 놀랐습니다. 제가 주로 다니던 지역에는 거리에 값비싼 외제차가 꽤나 많았었고, 중국의 실리콘밸리라는 별명답게 기술기업 본사의 마천루들도 보였습니다.
첫 미팅 때 중국 관계사 측에 어려보이는(제 또래로 보이는) 직원이 있었는데요, 역시나 그분이 SWE였습니다. 신기하게도 SWE가 가지는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나이가 어린 것을 한국 회사나 중국 회사나 좋아해주십니다. 기계나 다른 공학 분야였으면 그다지 플러스 요인은 아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일정이 끝나고 중국 회사 쪽 SWE와 짧게 이야기를 나눠보았는데요, 무슨 LLM을 쓰냐고 물어봤을 때 OpenAI의 Codex를 쓴다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 저는 Qwen이나 Kimi같이 중국 오픈소스 LLM을 쓰지 않을까 생각했었는데 제 큰 편견이었습니다.
보이차도 마시고, 마오타이주도 마시고, 그 외 알코올 들어간 여러 액체를 많이 마셨습니다.
개인사업자
한국 일처리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개인사업자를 내고자 마음먹고 그 다음날 아침 사업자등록부터 통신판매업 신고, 계좌 개설까지 반나절에 다 끝났습니다. 심지어 통신판매업 신고는 제출하고 5분 뒤에 성북구청에서 전화가 오더니 제 신청의 서류 누락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것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실 개인사업자를 낼 때까지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제 지인이라면 아마 이와 관련된 고민을 노이로제 걸릴 만큼 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기창업자보단 예비창업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게 나중에 지원사업 같은 걸 하기에 좋기도 하고, 사업자를 내더라도 개인과 법인 중 무엇을 할 것이냐 사이에서 많은 조언을 받고 그보다 많은 고뇌를 겪었다만 결국 개인사업자를 내게 되었습니다. 막상 반나절만에 끝나고 나니까 조금은 헛헛한 마음도 들었네요.
주된 이유는 아무래도 한 푼이라도 누군가에게 받아봐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져서가 되겠습니다. 오렌지 큐레이션 클럽의 실패로 결국 지갑을 여는 제품을 만드는 게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것과는 또 다른 도전과제들이 있다고 느꼈고, 지금 만들고 있는 데이지라는 단어암기 앱은 시작부터 유료로 팔아보고자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